이는 특히 과거 투애니원(2NE1)이나 블랙핑크(BLACKPINK)의 감상적 성향의 트랙이 해외 팬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좋은 반응을 얻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서로에게 독이 되지만, 너의 사랑을 놓칠 수는 없다(Together we’re so toxic / But your love is something I can’t lose)” 같은 드라마틱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영어 가사도 해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취향이다. 음악방송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K팝 시장이 유튜브와 음원 스트리밍을 통한 해외 시장 공략으로 판도가 바뀌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곡은 빠른 리듬으로 긴박감을 조성하는 베이스가 주도하며 미니멀한 편성 주위로 어둡고 축축한 공간을 만들어놓은 뒤 멤버들의 목소리를 호소력 있게 들려주는 데 집중한다. 숨 가쁜 듯 쉼표들을 짚어가며 부르던 노래는 후렴에서 한껏 감상적인 고음으로 뻗어간다. 후렴의 가성 아래로 애드리브처럼, 때로는 듀엣처럼 깔리는 보컬의 백업은 다소 헐거운 듯, 분방한 듯하면서도 분명하게 공간을 채운다. 특히 마지막 대목에서 텐션을 일으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곡 전반에서 유려함과 저돌성을 오가는 멤버들의 음색도 매력적이고 효과적이다. 그것이 브리지에서부터 멜로디의 리듬이 빨라지면서 격해지는 감정선을 확실하게 휘몰아가는 점도 탁월하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박쥐 날개와 발레 투투 드레스의 대조는 조금 미묘하게 다가온다. 달콤하고 쓰라린 양가적 감정의 표현이라고는 하나, 이를 백과 흑으로 대조하는 것은 다소 전형적이다. 특히 여성성이나 순수의 상징으로서 발레는 지나치게 닳고 닳은 감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이미지들이 곡이 담고 있는 양면적 성격을 매우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여성을 고양이에 비유하는 것도 진부하기는 한데, 우아한 보드라움과 날카로운 공격성을 동시에 지닌 고양이를 브랜딩 중심에 둔 그룹의 데뷔 초기 작품임을 감안하면 쉽고 확실하게 팀을 각인시키는 선택이라고도 할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