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내 보고 가야겠어”… 체포 직전 김건희 여사 10분간 만나

“대통령은 형극(荊棘)의 길” 육필 서신… 유죄 확정되면 중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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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입력2025-01-17 09: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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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오전 경기 과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동아 DB]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오전 경기 과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동아 DB]

    “아내 보고 가야겠어.”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5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보고 가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체포 현장에 있던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등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잠시 자리를 비웠다. 오전 10시 33분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직전 윤 대통령이 향한 곳은 아내 김 여사가 있는 곳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참석자는 동아일보에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최근 일로 충격이 커서 잘 일어나지 못했다’며 관저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김 여사를 보러 갔다”라고 말했다.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일까.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초 육필로 작성한 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200자 원고지 44장에 달하는 분량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 글은 새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입니다. 육필 원고 그대로 올려드립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신 곳곳에서 “취임 후 2년 반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믿고 응원해주신 국민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떠오르고…” 등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감정이 드러났다. 그는 관저를 떠나기 전 “이런 상황에서 2년 반 임기를 더해서 뭐 하겠나”고 주변에 말하기도 했다.

    ‘내란 수괴’ 전두환 1심 사형

    ”출마할 때부터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영광의 길이 아니라 형극의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서신에는 이처럼 윤 대통령 스스로가 앞으로 닥칠 고난을 각오한 듯한 대목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육필 원고 사진. ‘이 글은 새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입니다. 육필 원고 그대로 올려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15일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육필 원고 사진. ‘이 글은 새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입니다. 육필 원고 그대로 올려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15일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내란 수괴 윤석열’. 주로 야당이 윤 대통령을 비판할 때 붙이는 수식어다. 표현 그대로 ‘내란을 주도한 우두머리’를 뜻한다. 정치적 언어로 보이지만 형법 제87조(내란)에 명시된 개념으로 내란죄를 다룰 때 사용되는 법적 용어다. 형법상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를 뜻한다. 그 수괴(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형법상 살인죄보다 중한 범죄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할 때 영장에 ‘내란 수괴’ 혐의를 적시했다.

    형량으로 보나 정치적으로 보나 매우 엄중한 사안인 만큼 이 혐의가 실제 적용된 사례는 흔치않다.

    대표적 사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은 전 전 대통령은 당시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조사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12월 12일 병력 6000여 명을 동원해 정 사령관을 불법 연행하고 육군본부와 국방부 등을 불법 점거했다. 이른바 ‘12·12 군사 반란’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뒤 기소 및 재판이 이뤄졌다.

    당시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은 “국헌문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내란 수괴’로 인정돼 1996년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고,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가 아닌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죄 인정되면 최소 10년 이상, 최고 사형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 군·경찰 주요 피의자들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끄집어내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고 명령했다는 증언이 다수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2시간짜리’라도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법원이 반드시 윤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금고 또는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에 따라 피고인의 깊은 반성 등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은 재량으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다. 형법 제55조에 따르면 사형을 감경할 때 형량은 무기 또는 20년 이상, 무기징역·금고를 감경할 때는 10년 이상을 선고해야 한다. 형량을 거듭 감경할 수 있는 자수(自首) 등 법률상 감경 사유는 윤 대통령에게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따라서 ‘내란 수죄’로 인정되면 재판부는 최소 10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 최고 사형 사이에서 윤 대통령의 형량을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 특별사면으로 석방… 朴, 1736일 최장 수감

    과거 구속됐던 역대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 등 4명이다.

    첫 구속 사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재임 기간 2838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5년 11월 구속됐다. 서울구치소 수감 중 기소된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 등으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추가돼 1997년 4월 징역 12년과 추징금 2628억 원이 확정됐다.

    가장 최근 사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350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2018년 3월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 기소됐다. 당시 수사 책임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대통령이다. 2020년 10월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된 뒤 전직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에서 433억 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징역 22년이 확정됐다.

    구속돼 몇 년씩 수감 생활을 하긴 했지만 형기를 모두 채운 전직 대통령은 없다.

    영어 기간이 1736일로 가장 길었던 박 전 대통령은 총 22년의 형량 중 5분의 1 가량을 살았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옥살이를 끝냈다.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인 2022년 12월 특별사면되면서 총 958일간 감옥에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전·노 전 대통령은 각각 750일, 767일 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 윤 대통령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지더라도 미래의 어떤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을 명분으로 사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화 이후 헌법정신과 법치를 훼손한 윤 대통령을 과거 사례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법원에서 내란죄가 인정된다면 보수 진영도 사면 얘기를 어지간해선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尹 대통령, 조국, 이재명 모두 서울구치소 인연
    여야 정치 지도자 모두가 감옥 거친 흑역사

    2023년 9월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인사하는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동아DB]

    2023년 9월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인사하는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되면서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서울구치소와 인연을 맺는 상황이 초래됐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공수처에 체포된 이후 서울구치소 구인 피의자 거실에 구금됐다. 공교롭게도 이 방은 2023년 9월 ‘백현동 개발특혜’ ‘쌍방울 대북송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대기했던 곳이다. 또 서울구치소는 제2야당인 조국혁신당 대표를 지낸 조국 전 의원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직 대통령, 제1야당 대표, 제2야당 전 대표가 모두 사법 심판을 받으면서 서울구치소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조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체포에 반색했다. 조 전 의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지난해 12월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올해 1월 15일 공개된 옥중서신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이 체포됐다”며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약속을 지켜냈다”고 적었다.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한 직후 조 전 의원은 옥중편지를 통해 “서울구치소에서 윤(윤 대통령)을 만나겠구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무산돼버렸더라”며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3월 12일까지 새 사건 배당을 받지 않기로 했다. 1월 23일 첫 재판이 시작되는 이 대표 항소심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피선거권 상실형을 선고받았는데, 항소심과 대법원 확정 판결 시점과 결과가 차기 대선 출마에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이 대표에게 남은 재판은 4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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